이토록 마음편히, 느긋하게 책을 읽은것은 오랜만인 것 같다. 학기 중에 책을 읽을 때는 시간에 쫓겨 최대한 빨리, 최대한 많은 내용을 내 안에 담기 위해서 긴장감 속에 글을 읽었었다. 그와 더불어 '한국문학'에 대한 교양강좌를 들으면서, 편안한 마음보다는 무언가를 보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피로함을 느꼈었다.
작가 신경숙은 p.15와 p.424에 "이 글은 사실도 픽션도 아닌 그 중간쯤의 글이 될 것 같은 예감이다. 하지만 그걸 문학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인지. 글쓰기를 생각해본다, 내게 글쓰기란 무엇인가? 하고..."라는 말과 함께 글을 시작하고 끝맺음한다.
그 시절, 그 상처를 글로 토로한다는 건 어떤 심정일까? 가장 잊고 싶은 시절, 잊을려고 노력하였던 16살에서 19살까지의 시절. 그 시절을 담담하게 말하는 그녀의 문체가 왠지 내 마음을 더 아리게 하였다. 이 글을 과연 성장소설이라고 할 수 있을련지... 만약 그녀가 내가 아는 사람이라 할 지라도, 그녀 앞에서 '외딴방'이라는 책을 잘 읽었다고 말할 수 없으리라. 그저 가슴에 묻어두겠지. 그녀의 이야기를.
희재언니, 그리고 그시절 그녀들...
"글쓰기, 내가 이토록 글쓰기에 마음을 매고 있는 것은, 이것으로만이, 나, 라는 존재가 아무것도 아니라는 소외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은 아닌지.."p.20
왜 책을 덮고도 이 문장이 내 안에 맴도는지 모르겠다.
그리고 이유는 모르겠지만, 내가 알지 못하는 그녀가 왠지 내 속에서 친숙해 진 느낌은 무엇이련지..
그녀의 책, 풍금이 있던자리, 엄마를 부탁해, 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호벨이 울리고 등을 읽을 때 느끼지 못했던 친숙함이, 어쩌면 그녀의 가장 어둡고, 가슴안에 감추어 두었던 그 시절의 이야기가 내게 친숙함을 주었을 련지도.......
외딴방, 나에게도. 외딴방이........... 나의 외딴방은.........